바야흐로 직구의 시대입니다. 20년 전에는 극소수 얼리어댑터들의 전유물이었고, 10년 전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구매수단이었던 해외직접구매였지만, 2020년대에 와서는 모두에게 친숙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옷도, 전자제품도 아니고 의약품을 직구한다고요?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조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한국 국내에서 의약품 직구 쇼핑몰 등을 운영하거나, 그런 쇼핑몰 등에 대해 광고하거나 판매를 알선하는 행위는 「약사법」 61조 및 61조의2 등 관련 국내법 및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음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는 관련 법규의 준수를 위하여, 기존에 언론 등 매체에 보도된 수준에 맞춰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목차
합법과 불법 사이: 한국의 법률 살펴보기
면책 조항: 이것은 구속력 있는 법률 제언이 아닙니다. 글쓴이는 내용이 정확하도록 최선을 다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내용은 그 정확도를 담보하지 못하고 관련된 책임도 질 수 없습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신 경우 변호사 등의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구매
현행 「약사법」은, 약사만이 의약품을 “판매”, 또는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의약 분업). 또한 약사라고 할지라도 온라인을 비롯한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약을 판매하여서는 안 됩니다(제50조제1항). 1
하지만 「약사법」은 약사 외의 자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한 것이, 보통 “판매”를 할 수 없으면 “구매”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가 술・담배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미성년자가 술・담배를 하는 것을 처벌하는 대신, 가게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단속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약사법」 (법률 제18970호) 제47조의4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총리령 제1841호) 제62조의2 규정에 따라,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제・에페드린 성분의 주사제・에토미데이트 성분을 함유하는 의약품은 약국 개설자 이외의 자로부터 취득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됩니다.
향정신성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법률 제18964호)이 적용되며, 이들을 허가 없이 취득할 시 형사처벌될 수 있습니다.
수입
「약사법」 은 의약품의 수입을 "업(業)으로" 하려는 경우 수입업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역시 "자가사용"의 목적으로 수입하는 직구품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 현행 「관세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는 "미화 150달러 이하의 물품으로서 자가사용 물품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관세를 면세하고, 수입신고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가사용으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은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제67조에 따라 [별표 11]에서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의약품” 6병 (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에 대해 면세통관범위인 경우 요건확인 면제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얼핏 보면 3개월 복용량 이하의, 150달러 미만인 약을 해외에서 직구하는 것은 그것이 건강기능식품이든 일반의약품이든 전문의약품이든 한국법상 불법이 아닌 것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에서 전문의약품의 개인수입은 기본적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라 수입승인의 면제요건 충족여부는 최종적으로 통관하는 세관(통관지 세관장)이 판단하는 사항입니다. 최소한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에서는, 무작위 개봉검사 또는 X-Ray 검사를 통해 "간이통관" 대상으로 지정된 경우, 한국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의약품의 수입건에 대해 모두 [별표 11]상의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간주, 요건확인을 위해 국내 의사의 처방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으므로 처방전에는 수입하려는 의약품의 제조사와 제품명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며, 처방전이 있어도 똑같이 최대 6병(그 이상인 경우 3개월분)까지만 통관 가능합니다. 2
물론 세관에서 현실적으로 제품 하나하나를 전수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직구 우편물이 간이통관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거나 한 게 아닌 이상, 오히려 그냥 넘어가는 우편물이 훨씬 더 많겠지요. 또, 제가 전국 모든 세관에 확인을 한 것도 아니고, 관세청에 유권해석을 요구해서 답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세관마다 정책이 다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단 세관에서 여러분의 의약품 구매 건이 간이통관대상으로 지정되었다면 처방전을 제출하지 않는 한 수입통관이 불가능합니다. 지정된 경우 등기우편과 MMS/카카오톡 알림톡(전화번호가 기재된 경우)으로 안내가 오며, 안내된 절차에 따라 반송을 신청해야 합니다.
[별표 11] 관세법시행규칙 제45조제2항제1호에 따른 자가사용 인정기준 (제67조 관련) (일부 발췌)
종류 품명 자가사용인정기준
(면세통관범위)비고 VIAGRA 등 오・남용우려의약품 ○ 국내의사 처방전에 정해진 수량만 통관 건강기능식품 총6병 ○면세통관범위인 경우 요건확인 면제.
다만, 다음의 물품은 요건확인대상
- CITES규제물품(예: 사향 등) 성분이 함유된 물품
-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불허 또는 유해 통보를 받은 품목이거나 외포징상 성분표시가 불명확한 물품
- 에페드린, 놀에페드린, 슈도에페드린, 에르고타민, 에르고메트린 함유 단일완제의약품
○ 면세통관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는 요건확인대상. 다만, 환자가 질병치료를 위해 수입하는 건강기능식품은 국내의사의 소견서 등에 의거 타당한 범위내에서 요건확인 면제의약품 총6병(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 생약(한약)제제 모발재생제
제조환
다편환, 인삼봉황
소염제
구심환
소갈환
활락환, 삼편환
백봉환, 우황청심환100ml×2병
8g入×20병
10T×3갑
50T×3병
400T×3병
30T×3병
10알
30알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사분(蛇粉), 녹태고(鹿胎膏), 추풍투골환(秋風透骨丸),주사(朱砂), 호골(虎骨), 잡골(雜骨), 웅담(熊膽), 웅담분(熊膽粉), 잡담(雜膽), 해구신(海狗腎), 녹심(鹿腎), 사향(麝香), 남보(男寶), 여보(女寶), 춘보(春寶), 청춘보(靑春寶), 강력춘보(强力春寶) 등 성분미상 보신제 ○ 약사법 대상
TMI: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결정은 공중보건의 향상과 국민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각 국가마다 정책이 서로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1개월분까지 허용
일본의 「의료기기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医療機器等の品質、有効性及び安全性の確保等に関する法律)」에 따라, 일본에 의약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후생노동대신(보건복지부장관에 상당)으로부터 제조판매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지방후생국으로부터 수입확인증(輸入確認証)을 교부받아 수입신고 시에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세관에서 "개인이 스스로 사용하는 것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는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수입할 수 있습니다. 일본세관에서 "개인이 스스로 사용하는 것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하는 범위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2개월 분량, 전문의약품의 경우 1개월 분량입니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외국에서 받은 약물 치료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나, 해외에서 온 여행자가 상비약으로서 휴대하는 경우 등을 배려하고자 하는 것"이며, 의약품을 직구하라고 만들어진 규정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후생노동성에서 일부 형태의 직구대행 사업을 인정하는 등, 일본에서는 "자기책임" 하에서 직구를 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클리닉)에서는 의사가 직접 해외에서 약을 구입해서 처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 미국
연방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법(FFCDA; 21 U.S.C. Ch. 9) 804(j)(2)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개인 수입(personal importation)"으로 인정될 수 있는 아래의 경우에 대해,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의약품의 구매 및 반입을 허용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 상품이 심각한 건강상태에 대한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며 심대한 건강상의 위협이 없는 경우 (Over the Counter, OTC - 일반의약품)이거나,
- 상품이 심각한 건강상태에 대한 치료를 위한 것인 경우 (Prescription Drug Products; 전문의약품):
- 미국국내에서 상업적 또는 임상적인 수단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이용 불가능한 심각한 건강상태를 위한 상품인 경우
- 미국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품의 상용화나 상업화의 알려진 사례가 없는 경우
- 상품이 위협적이지 않을 경우
- 소비자가 상품이 개인 사용을 위한 것이라고 서면으로 확약한 경우
- 일반적으로 수량이 3개월 이상 분량이 아니며, 또한 아래 둘 중의 하나의 경우
- 상품에 관련된 처방에 대해 책임이 있는, 미국국내에서 허가받은 의사의 이름과 주소를 제공
- 상품이 외국에서 시작한 치료의 계속을 위한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함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봐도 되는 조건입니다. 물론 이건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고 실제로는 미국으로 배송을 받았다는 후기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FDA에서는 Rogue Internet Pharmacy(사기 인터넷 약국)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홍보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나라들
🇺🇸 미국
직구라고 하면, 한국인이 직구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 미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미국의 의료비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의 반대급부인지는 몰라도 미국은 저렴한 일반의약품이 잘 발달해 있으며,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의 장소, 특히 온라인에서도 유통합니다. 코스트코나 아마존 같은 유명 유통업체들도 자사 PB브랜드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정도입니다.
사실 굳이 미국 쇼핑몰과 배대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내 오픈마켓(쇼핑몰)만 가더라도 이러한 미국산 일반의약품 판매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쇼핑몰에서 배대지를 통해 수입하는 경우 「관세법」 제254조의2제6항에 따른 “특송물품”이며, 의약품의 경우 목록통관배제대상이기 때문에 150달러 미만이더라도 “일반통관” 대상입니다. 일반통관은 목록통관에 비해 관세사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배대지를 사용하는 경우 일반통관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대지마다 다르지만, 이 경우의 수수료는 보통 2천원~5천원 정도 합니다.
미국 외에도 세계적으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또는 온라인 판매가 허가되어 있는 국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일본 정도를 빼면 직구가 별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거나, 미국 직구만큼의 가격적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 일본
일본에서도 역시 일반의약품(一般用医薬品)은 온라인에서 판매가 허용됩니다. 일본의 일반의약품은 그 부작용 위험에 따라 제1류(부작용이 가장 심각), 제2류 , 제3류(부작용이 가장 적음)로 나뉘는데, 제1류나 지정제2류 의약품까지도 형식적인 질문에만 답하면 라쿠텐이나 아마존 재팬같은 대형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지정제2류: 제2류 중에서 오남용이 심하게 이루어지는 의약품을 따로 지정한 것. 유명한 것으로는 코데인계 감기약(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인 에스에스브론정이 있습니다.
일본 소화제로 한국에서 유명한 캬베진같은 제품도 사실 제2류의약품이지만,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한국까지 배송해 주는 판매자를 여럿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인도
공공보건 목적을 위해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국적인 정책에 따라 탄생한 인도의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산업은, 이제 "세계의 약국" 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제약사들도 원약(原藥)을 인도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제네릭 의약품 중 40%가 인도산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의약품 시장은 또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일반의약품뿐만이 아니라 전문의약품까지 광범위하게 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의약품의 탈법적 유통
원칙적으로는 인도에서도 전문의약품은 처방 없이는 판매하지 못합니다. 의약품을 생산, 위탁생산, 유통, 판매하는 모든 업체는 현지의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에는 약대 학사/전문학사(BPharma/DPharma)를 졸업한 전문인력이 요구됩니다. 또 약국(Retailer)에서는 처방된 약품에 대해 기록을 남기는 등의 관리절차도 필요하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2018년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 주 군투르 시 일대의 약국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는 78%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H1급 지정 항생제 3(전문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4
온라인 유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국내의 법과 규칙을 FM대로 지키는 경우라면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타타그룹의 1mg나 NetMeds, PharmEasy 등 제도권에서 운영되는 인도 온라인 약국들은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을 배송해 줍니다.
하지만 저런 대형 업체가 아닌 소규모 업체 중에서는, 돈만 받으면 처방전을 요구하지 않고 전문의약품을 그냥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인디○마트와 같은 B2B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직접 해외 판매를 위한 쇼핑몰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특히 인도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건에 대해서는 현지 당국에서 거의 방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인도의 《Drugs and Cosmetics Rules, 1945》에 따른 의약품의 분류
- Schedule C Biological and Special Products: 백신 ・ 인슐린 ・ 혈청 ・ 비경구 투여 항생제 ・ 아드레날린 ・ 호르몬 등 주로 주사제(注射劑) 의약품.
- Schedule E(1) Poisonous Substances: 인도의 전통 의학("아유르베다" ・ "싯다" ・ "유나니" 의학)에서 사용되는 생약재 중 독성이 있는 것. 독사의 독이나 수은 등.
- Schedule G Drugs: 주로 호르몬 제제. 테스토락톤, 히드록시우레아, 카르부타미드 등.
- Schedule H Prescription Drugs: 일반적인 전문의약품 대부분. 원칙적으로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 불가.
- Schedule H(1) Prescription Drugs: 전문의약품 중에서, 3/4세대 항생제 ・ 의존성이 있는 약물 ・ 부작용이 있는 의약품 일부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신설된 분류. 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 불가.
- Schedule X Prescription Drugs: 부작용이나 의존성이 매우 심각한 아편류 진통제(오피오이드), 향정신성 의약품이 속하는 분류.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 보면, 보통 20 B, 21 B 면허를 가진 의약품 유통업체나 20, 21 면허를 가진 소매점(약국)에서 직접 IEC코드를 발급받아 수출하는 케이스지만, 의약품 면허 없이 이런 유통업체에서 물건을 떼다 판매하는 수출전문업체(?)도 있는 모양입니다. 가격은 보통 M.R.P.(최대소매가격) 5나 그보다 비싼 값으로 책정됩니다. 6
참조: 인도의 의약품 패키징에 쓰여 있는 정보
- B. No.: 생산 배치 번호.
- MFD. (혹은 MFG.): 생산년월 (보통 월/년)
- EXP.: 유통기간 (보통 월/년)
- M.R.P. Rs. xxx.xx (Per) XX tabs. Incl. of All Taxes(혹은 I.A.T.): 모든 세금을 포함한 최대 소매 가격이 XX 알에 xxx.xx 인도 루피라는 뜻.
위의 항목들은 인도 내 유통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인쇄되어 있어야 하며, 이 인쇄내용이 없다면 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유통업체나 소규모 제약사들과 계약하여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의약품 구매대행 쇼핑몰들도 존재합니다.
직구
인도 의약품 직구의 경우, 보통 3가지 케이스로 나뉩니다.
- 인도 현지 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 B2B 쇼핑 플랫폼(인디○○트 등)이나 메신저, 웹사이트를 통해 소규모 제약사나 의약품 유통업자, 약국 등 인도 현지 업체와 거래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 경우 유통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가격이 저렴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컨택은 물론이고, 인디○○트같은 중개 플랫폼을 거친다고 해도 이들은 대부분 구매자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사기꾼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어로 운영되는 구매대행 사이트(델○샵, 사쿠○○브 등)를 이용하는 경우. 한국 원화로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ー보통 뭔가 수상해 보이는 계좌로 무통장입금을 받습니다ー 카카오톡 등으로 한국어 고객지원(?)도 운영합니다. 구매대행 사이트 측에서 커넥션이 있는 의약품 유통업체나 제약사에 주문을 보내고, 차익을 챙기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이쪽도 무슨 구매자 보호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쇼핑몰에 대한 한국인의 사용후기는 한글로 검색하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검증?하기가 쉬울 수도요.
- 여성 단체. 흔히 "미프진"이라고 하는 낙태약을 판매하는 외국의 여성단체(위○○웹, 위민○○위민 등)들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인도산 낙태약을 발송해 주는 구조입니다. 보통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성분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세계적으로는 많이 사용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루트를 통해 구매하든간에, 이러한 의약품들은 대부분 국제등기나 EMS 등 국제우편을 통해 발송됩니다. 이 때 보내는 측에서 CN22(세관신고서)에 언더밸류(허위기재)된 가격과 영양제 등의 가짜 품목명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냥 "Personal Medication(개인 의약품)"같은 상품명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는 합니다.
여기에서는 법을 지키기 위해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사항
재판매는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직구한 의약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무조건 불법입니다. 일단 면세받은 것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관세법 위반이며, 추가적으로 약사 외의 자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위반으로 걸리면 가중-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자기 책임"
또, 한국에서 의약품의 판매가 이처럼 까다로운 것은 “약사(藥事)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약사법의 입법 목적을 실현하고,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뿐만 아니라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7
2018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고서에서 인도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중 위조 의약품의 비율이 20%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서는 수치가 크게 과장되었다며, 인도 시장의 가짜약은 10% 이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부정하지 못했다는 게 중요하지요. 게다가 개인에게 해외로 수출하는 의약품의 경우 유통루트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의약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기가 매우 힘듭니다. 8
거래하는 업체가 정상적인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 요청 내지는 검증을 진행하고 리뷰를 찾아보는 등의 사전 조사를 거친다면 사기꾼들을 어느 정도 거를 수 있겠지만, 절대라는 건 없는 법입니다. 9
또한, 가짜가 아닌 정품이더라도, 제조사가 영세한 업체일 경우 의약품의 품질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운영되는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소규모 제약사의 제너릭 의약품 유통이 많은 편이라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품질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주요 성분 함량의 미달부터, 매우 드문 일이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 혼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가리킵니다.
일례로 2022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 중소 제약업체에서 제조한 어린이용 감기약 4종류에서 인체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프리카 감비아에 수출된 이 감기약 때문에 66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감기약의 제조업체인 영세 제약업체 메이든 파마슈티컬즈(Maiden Pharmaceuticals)의 쿤들리 공장은 하야나주(州) 정부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이었고, ISO 9001-2005와 WHO-GMP 인증도 받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0
하야나주(州) 주정부 산하 하야나식품의약국(FDA Haryana)은 2022년 10월 초동 조사에서 메이덴사의 쿤들리 소재 제약공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밝혔으나, 2달 후 인도 중앙정부의 중앙의약품표준관리국(CDSCO)에서는 해당 감기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비아 정부와 인도, WHO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한국 국내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이 무조건 안전하고 외산 제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에는 메이덴 파마슈티컬즈같은 불량 제약회사만 있는 게 아니고, Sun Pharma, Cipla, Divi's, Torrent Pharma, Intas처럼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제약회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에서 처방되고 조제된 의약품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행정력, 공권력의 힘이 닿습니다. 하지만 직구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위의 불량 감기약 사례에서는 감비아로 정식 경로를 거쳐 수출된 것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감비아 정부가 개입해서 인도 측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구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의약품의 직구는 이러한 국내법상의 보건적 보호조치를 우회하고 구매하는 것이므로, 짝퉁・불량・변질된 의약품으로 피해를 입거나 의약품의 잘못된 용법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부 본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 「약사법」 제44조제1항에 따른 약국개설자 [본문으로]
- 성분명 처방: 의약품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특정 회사의 상품 이름이 아닌 의약품의 성분명을 기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감기약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유니메드제약) 디부루펜정 400mg"로 기재하는 경우 상품명 처방이고, "덱시부프로펜 400mg"로 기재하는 경우 성분명 처방입니다. 한국에서는 상품명 처방이 원칙입니다 [본문으로]
- Chadalavada V, Babu S M, Balamurugan K. Nonprescription sale of schedule H1 antibiotics in a city of South India. Indian J Pharmacol 2020; 52(6):482-487. doi: 10.4103/ijp.IJP_244_19. PMID: 33666189; PMCID: PMC8092171. [본문으로]
- 3/4세대 항생제 중, 남용에 따른 슈퍼박테리아(내성균)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 없이는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된 항생제 [본문으로]
- Licence to sell, stock or exhibit (or offer) for sale or distribute by wholesale drugs specified in Schedules C and C(1) [본문으로]
- Maximum Retail Price; 인도에서 제조사가 공산품에 책정하는, 일반 유통 시 판매 가능한 최대의 가격. 희망소비자가격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인도 내수용 의약품인 경우 패키지(블리스터 포장의 은박이나 상자 등)에 무조건 기입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 헌법재판소 2008. 4. 24 선고 2005헌마373 전원재판부 결정 [본문으로]
- "...While it is impossible to determine an exact figure, studies have suggested that up to 20 percent of drugs sold in the Indian market are counterfeit and could represent a serious threat to patient health and safety." in 2018 Special 301 Review [본문으로]
- 예를 들어, 마하슈트라주(州)의 경우 여기에서 Firm Name에 회사명을 넣고 검색하면, 해당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 유통/판매 면허증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음 [본문으로]
- WHO Medical Product Alert N°6/2022: Substandard (contaminated) paediatric medicines identified in WHO region of Africa., World Health Organisatio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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