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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예시에서 보는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폐지 이후의 미래 - P2P 거래 모델

파란화면 2018. 1.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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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또는 C2C) 거래

P2P란 Peer-to-Peer의 줄임말로, 사용자와 사용자가 직접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토렌트와 같은 P2P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에서는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고, 대신 파일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직접 파일을 전송합니다.


P2P 가상화폐 거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앙화된 거래소가 존재하는 대신, 가상화폐(이하 "코인"')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와 법정통화(이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가 직접 현금과 가상화폐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 모델에서 중계 업체는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고, 약간의 안전거래 서비스만을 제공할 뿐입니다.


기존에도 이러한 가상화폐의 P2P 거래 모델은 존재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비트코인 거래중계소인 LocalbitcoinsPaxful이 있겠습니다.



다양한 통화와 거래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Localbitcoins.com



이 P2P 가상화폐 거래 중계 시스템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Localbitcoins(이하 "LBC")상에서의 P2P 거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1) 코인 판매자가 LBC 계좌에 코인을 예치한 뒤, 판매 게시글을 올립니다. 

이 때,
a) 코인과 법정통화 사이의 환율,
b) 거래할 수 있는 코인/법정통화의 양,
c) 법정통화를 송금하는 수단

의 3가지를 명시합니다.

2) 구매자는 판매 광고를 보고, 코인 판매자의 게시글에 대한 구매 신청을 합니다.

이러면, 구매하고자 하는 코인이 판매자의 계좌에서 차감되어 LBC의 안전거래 계좌로 들어갑니다.

3) 그 다음,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법정통화(원화, 달러, 위안...)를 건네줍니다.

단순하게는 은행 계좌이체부터, Alipay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심지어는 현금을 편지봉투에 넣어 전달하기까지(cash in mail) 이르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4) 판매자가 법정통화를 수령했을 경우, 판매자는 거래를 완료시킵니다. 그러면 LBC의 안전거래 계좌에 있던 코인이 구매자에게 지급됩니다.



이러한 P2P 거래 방식을 사용하면 현금의 이동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므로, 이는 "개인 간 거래"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중국 규제의 영향을 피해갈 수 있는 겁니다.


현재 영업 중인 중국어 거래소들은 Localbitcoin식 P2P 거래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이를 알트코인/BTC, 알트코인/USDT 거래소와 통합하는 식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즉, P2P 거래에서 구매한 BTC로 다른 알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반대로 알트코인을 BTC로 교환한 뒤, 이 BTC를 P2P 거래를 통해 바로 법정화폐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P2P BTC/CNY, USDT/CNY 중계 거래소의 모습(왼쪽)과, 이렇게 구매한 BTC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알트코인들(오른쪽)




사이버 망명

물론 《TV조선》의 11일 단독보도에서 소개된 소위 《가상증표 거래 금지에 관한 특별법》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정부는 이런 사업 모델 또한 금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거래소의 예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선구적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사이버 망명입니다.


인민폐(위안화) 입금 서비스가 중단되었음을 알리는 Huobi.com의 공지 메시지



작년 여름,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실상 문을 닫은 중국 거래소 Huobi.com을 기억하십니까?
하지만 2018년 지금도 중국 위안화(인민폐)로 P2P BTC, USDT 거래를 할 수 있는 Huobi Pro 거래소가 존재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Huobi Pro 웹 사이트를 잘 살펴보면 뭔가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인터넷 업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ICP인증[각주:1] 허가번호가 없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 중국 대륙의 기업이 운영하는 Huobi와는 달리, Huobi.pro는 아프리카 세이셸 공화국에 등록된 Huobi Global Limited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회사가 아니니까, 중국 법률을 준수할 필요가 없지요.


물론 일당독재국가 중국에서 이러는 건 당국의 암묵적인 허가가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이 아이디어 자체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ICP 인증번호가 있는 중국 본토의 Huobi(윗쪽)와, "사이버 망명" 중인 Huobi Pro(아랫쪽)



월드와이드웹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게는 "외국 기업"이 "외국 소재"의 서버에서 운영하는 "임의의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서비스"를 막을 수 있는 능력도, 근거도 없습니다.[각주:2] 그게 설사 제3국에 설립한 유령회사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이버 망명" 시나리오는 이미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라, 많은 조세회피처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주는" 등기대행업체가 수도  없이 존재할 정도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고급 암호화 기술의 마법같은 조화로, 명의만 외국 유령회사의 것으로 해 놓고 실제 웹 사이트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잘 알려진 사례로는 나○위키의 Um○nle S○L(서류상 파라과이 소재)이나 악명높은 마○마루(서류상 시에라리온 소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초래될 부작용

물론 이렇게 음성화된 거래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우선 거래소의 실제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규제권 안에 편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세금도 걷을 수 없고,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행정지도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망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거래소의 망실로 인한 손해를 혼자서 떠앉아야 합니다.

불과 수 개월 전, 오랫동안 인터넷의 어둠 속에 존재하던 BTC-e가 미국 정부에 의해 폐쇄되면서 고객들은 암호화폐 자산 중 45%을 잃었고, 법정화폐 자산은 완전히 손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운영사인 런던의 ALWAYS EFFICIENT LLP는 유령회사였으며, 과거 운영진들이 새 거래소를 설립해 고객 자산 일부를 배분한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기존 사용자들이 할 수 있던 건 인터넷에 이를 성토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돈 세탁 혐의로 미국 정부에 의해 폐쇄된 소재 불명의 가상화폐 거래소 BTC-e



또, P2P 거래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찍이 이 모델을 도입한 Localbitcoins에서는 이미 수많은 사기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해킹한 PayPal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잠적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해킹된 PayPal 계정의 주인이 해킹신고를 하면, 해커가 비트코인 판매자에게 지불했던 내역은 취소됩니다. 이 때 구매자는 비트코인을 챙겨 달아난 뒤이기 때문에, 판매자는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지요.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까요? 사기꾼이 대포 통장에 사기 대금을 받아서, 이 돈으로 비트코인 판매자에게 법정통화를 지급하여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그대로 달아나는 상황을 가정합시다. 경찰의 수사는 애꿎은 비트코인 판매자를 향하게 되겠지요.

이처럼 P2P 거래는 (안전거래 업체가 최소한의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 거래자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죠.


효과는 있을 것

물론 근본적으로 P2P 거래는 (시스템을 아무리 잘 장비하였다고 해도) 현행의 거래소 시스템보다 그 과정이 번거롭습니다. 빠르고 쉽게 다양한 알트코인을 매매할 수 있는 "업○트" 거래소의 등장으로 알트코인 투자(투기?)가 활성화된 것처럼, 암호화폐 거래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암호화폐에의 투자(또는 투기) 수요를 축소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암호화폐 시장을 뿌리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는 현대 암호화폐의 탈중앙화적, 익명 친화적인 특성에 힘입어 암호화폐 유통의 음성화, 지하화를 가속시킬 것이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1. 중화인민공화국 전신여신식복무업무경영허가증 中华人民共和国电信与信息服务业务经营许可证 [본문으로]
  2. 중국과는 달리, 한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은 SSL/TLS 연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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