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PLAY_”는 일본의 거대 대여점 프랜차이즈 서점 츠타야에서, 새로운 먹거리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츠타야 가전 엔터프라이즈”에서 기획한 포터블 CD플레이어입니다.
“개발”이 아니라 “기획”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말로 상품을 개발했다기보단 중국에서 싼값에 ODM 생산한 뒤에 디자인과 감성을 무기로 바가지 씌워서 파는 상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총무성 기기적합인증 자료에 따르면 이 제품은 중국 Dongguanshi JingBao Technology Co., Ltd.에서 제작하고 Shenzhen Senhe Industry Co., Ltd.에서 생산한 것으로 나와 있으나, 업체를 특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했습니다.

반남은 반 년 전 치하야 생일날에 이 BCPLAY_와의 “콜라보”를 진행하여, “BCPLAY_키사라기 치하야 모델”이라는 한정 굿즈의 주문을 흑우낚시터 아소비스토어에서 기간한정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블랙말랑카우가 이걸 주문했고, 그게 마침내 거진 반 년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패키징과 외관
검은색 무지박스 안에 BCPLAY_ 본체 박스, CD케이스와 종이로 된 스페이서가 들어있습니다.
CD케이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중요한 BCPLAY_ 본체를 보면, 패키징은 매우 심플합니다. 구성품: 본체, 설명서, microUSB 케이블 1개의 단촐한 구성입니다.
본체 자체는 디자인 원툴인 기계답게 꽤나 잘 뽑혔습니다. 기본적으로 무광 블랙으로 모던한 느낌을 주면서,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기기의 빈 공간을 치하야 싸인을 넣어서 마감한 것이 화룡정점이라고 하겠읍니다.
하지만 이걸로 이 기기의 장점에 대한 설명은 끝났습니다.
청음
테스트에 사용한 리시버는 소니 MDR-1AM2, 애플 In-ear Headphones with Remote and Mic, 애플 AirPods Pro입니다.
전원을 켜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화이트노이즈와 함께 간헐적으로 틱틱, 삑삑거리는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잔잔한 노래를 재생하거나, 낮은 볼륨으로 헤드폰을 착용하면 작게 픽픽픽픽픽,,, 거리는 스킵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혹시나 AC전원에서 노이즈가 섞여 들어오는가 해서 배터리로 재생해보았지만 똑같습니다. 아래에 첨부한 오디오 클립은 낮은 볼륨으로 설정된 BCLINK_의 3.5mm 출력을 PC에 연결해서 녹음한 것인데, 어떤 느낌인지 체감하실 수 있을겁니다.
물리적으로 기계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면 잡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컴퓨터에서 CD를 WAV 파일로 리핑한 뒤 USB에 담아 꽂아서 재생했습니다. 픽픽픽,,, 거리는 소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화이트노이즈는 동일합니다.
게다가 CD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윙윙거리는 소음이 사라졌다는 것은, CD구동부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노이즈가 잡음이 되어 출력으로 새어나오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제 기기가 불량인지 기기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이 즈음에서 음악 플레이어로는 못 써먹을 물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볼륨을 높이거나 하면 이런 노이즈는 어느 정도 묻히게 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치하야"와의 콜라보할 상품으로는 이미 글러먹었습니다.
잡음만 문제인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소리가 먹먹한 느낌이 납니다. 제가 뭐 황금귀니 뭐 그런 게 아닌데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저음부에 있어야 할 반주가 중음부로 밀려내려와서 텅텅거리며 보컬을 방해한다는 느낌입니다. 고음부는 좀 낫지만, 다른 기기에서 재생했을 때보다 뭉개진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냥 해상력이 낮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무선으로 들으면 최소한 노이즈는 안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블루투스로 연결을 해 봤습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4.2를 지원하며, 블루투스 기기로부터 음악을 수신받아 기기의 3.5mm 또는 S/PDIF 단자로 출력하거나, 블루투스 헤드폰/스피커에 연결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코덱은 당연히 SBC만 지원합니다.
3. Bluetooth®로 페어링하기
ⓐ접속하고 싶은 기계를 조작하여 페어링 대기 상태로 하여 주십시오.
ⓑ본체의 ON/OFF를 가볍게 눌러 디스플레이부에 [CD]를 표시되게하여 주십시오.
ⓒPARING버튼을 약 3초간 길게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BT]가 표시되고 LED B램프가 빨강과 파랑으로 점멸합니다.
ⓓ디스플레이에 접속기기명이 표시되고, 약 5초뒤에 페어링 완료입니다. 이 때, 우하단의 LED B램프가 빨강으로 점멸합니다.
※페어링하는 기기는 본제품에서 최대한 가까이 설치된 대응 기기가 검출됩니다.
※본 기능의 사용 시에는 3.5mm 스테레오 미니 및 광디지털단자로부터 음성출력이 되지 않습니다.
블루투스로 연결했을 때는 전 구간 디지털이라서 그런가 소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코덱이나 대역폭의 문제인지 약간 답답한 음색이었습니다. 게다가 블루투스 연결 정보는 저장되지 않고 전원을 끌 때마다 휘발되므로 매번 페어링을 해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굉장히 귀찮은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이 기기는 S/PDIF 광출력(TOSLINK 커넥터)도 지원합니다. 하지만 S/PDIF 입력단자가 있는 고급 음향기기를 쓰는 사람이 CD플레이어 하나 없을까 싶고, 효용성은 꽤나 의심됩니다.
무지성 분해
이 시점에서 뭐가 들어있길래 이런 소리가 나나 봐야겠다 싶어서 무지성 분해를 했습니다. 너무 무지성으로 분해한 나머지, 라벨 밑에 숨은 나사가 있을 줄 알고 열풍기로 지지다가 하판 플라스틱이 녹아서 휘어버렸습니다. 중요한 건 싸인이 인쇄된 상판이니까 그냥 넘어갑시다.
아무튼 이런 구성입니다.
- 빨간색은 시란미전자(士兰微电子・Silan Microelectronics)의 SC6137D 오디오 처리 SoC
- 분홍색은 시란미전자의 SA1466 CD플레이어용 BTL 드라이버 IC
- 연파랑색은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의 CS8406-CZZ S/PDIF 트랜스미터
- 갈색은 광화신 과기 (光华芯科技・E-Shine)의 CJC1808 24비트 스테레오 ADC
- 노랑색은 졔리 과기(杰理科技・ZH-JieLi)의 AS20BP 블루투스 IC
- 주황색은 TC4863SB 스테레오 오디오 앰프
- 보라색은 마부치 모터(マブチモーター・Mabuchi Motor)의 RF-400CA-09350 정밀 메탈브러시 모터
- 연두색은 마부치 모터의 FF-030PK 정밀 메탈브러시 모터
그리고 S/PDIF출력부 도터보드가 대충 점퍼선으로 땜질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기기 전체의 1/3정도가 텅 빈 공간이라는 것도 대충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란미전자의 SC6137D는 CDP MP3 제작을 위한 원칩 솔루션으로 대충 아래의 컴포넌트들이 하나의 반도체로 통합되어 있는 칩입니다.
말하자면 얘가 이 플레이어 전체의 6할 정도의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기능이 집적된 칩 하나의 단가는 몇천원, 어쩌면 몇백원 수준이지요.
요약하자면 고오오급 부품이 들어간 Hi-Res 기계는 절대 아니며, 양산형 보급기에 가까운 설계입니다.
살 만 한가?
츠타야에서 책정한 BCPLAY_의 정가는 13,200엔입니다(소비세 포함). 아소비스토어의 치하야 한정판은 19,000엔이었고요.
이 가격은 합리적일까요?
BCPLAY_와 거의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Amadana(아마다나)의 C.C.C.D.P. 는 makuake(일본의 와디즈같은 겁니다)에서 4천2백5십만엔어치의 펀딩에 성공했고 지금은 대당 13,200엔에 리테일 판매하고 있습니다. BCPLAY_와 같은 가격이지요.
한편,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동(京東)에서 위의 기계의 OEM 제작사인 람광전자기술유한공사의 JA-310 CD 플레이어를 358위안(약 6만5천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BCPLAY_와 똑같은 SC6137D 칩 기반에 블루투스・SPDIF・USB를 지원하는 CD 플레이어지요. JA-310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청인 아마다나와 OEM/ODM상인 람광전자 사이의 계약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는, 당연히 저도 모릅니다. 단순히 디자인 독점 계약 같은 게 있었고, 그게 만료되어 람광전자가 해당 제품을 자사 브랜드로 팔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그냥 몰래 찍어다 파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중국에서 리테일가 358위안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도 비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대충 이런 부류의 기계의 실제 가치가 어느 정도 하는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결론
적당히 그럴듯한 디자인을 입힌 싸구려 중국산 CD플레이어에 “일본제” 치하야 싸인을 인쇄해서 “생일 한정 굿즈”랍시고 20만원에 팔아먹은 총체적 난장판.
뭐 이걸로 음악을 듣고 있는 치하야 일러스트를 그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습니다. 그냥 대충 싸인만 인쇄해서 "한정판"으로 팔면 멍청한 “팬”들은 사겠지? 라는 나이브함이 느껴져서 사람을 더욱 짜증나게 만듭니다.
굿즈에 가성비 잇템같은 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생일 굿즈라면 아이돌에게 생일 선물로 줬을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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