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퓨우터/그 외

블랙베리 Q10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파란화면 2015. 1. 14. 02:14
반응형

화면이 작은 것에서 오는 컨텐츠 뷰잉의 불편함은 필연적입니다. 물론 기존 OS7기반의 블랙베리에 비해서는 화면이 커진 것이 맞으나, OS10은 기본적으로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큰 화면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단의 블랙베리 로고가 있는 부분까지만이라도 스크린의 세로폭이 길어졌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화면이 작고, 기존의 OS7 제품들처럼 추가적인 조작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각주:1] OS 차원에서 터치스크린 제스처 조작이 굉장히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작은 화면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스처의 전반적인 인식률은 훌륭하고 조작성도 무난합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직관성이란 측면에서는 굉장히 뒤떨어지거든요. 물론 처음 블랙베리 기기를 시동할 때 자습서(튜토리얼)를 보면서 5분만 연습하면 익숙해지긴 합니다
그리고 제스처 인식을 위한 조치인지, 아니면 하드웨어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자리 부분의 터치 탭 인식이 더럽게 안 됩니다. 갑압식 터치 장비에서 터치포인트 밀린 느낌이 살아돌아온 느낌적 느낌(...).

앱은 더럽게 없습니다. 블랙베리 앱월드는(OS10) 마치 2010년의 심비안 s60v5용 노키아 Ovi Store를 연상시킬 정도로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윈도우폰 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앱이 없습니다. 와 씨...
다행히 블랙베리10에는 안드로이드 런타임이 달려서 나옵니다.

안드로이드 런타임의 안드로이드 버전은 4.3 젤리빈[각주:2]입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만, 해상도 때문에 잘려 보이는 앱이 있고(이 경우 내장된 앱 리사이징으로 회피가 가능) 블랙베리측에서 미구현한 안드로이드 API를 이용한 앱[각주:3], 런처에 아이콘이 뜨지 않는[각주:4] 앱 등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루팅이 필요한 앱도 안 돌아갑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호환 레이어에요.

기본적으로 Amazon Appstore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AOSP나 안드로이드 커스텀 OS를 장착하고 나온 애들이야 루팅하고 gapps를 깔아주면 그만이지만, 블랙베리는 일단 일반적인 방법으로 루팅하기가 힘들죠[각주:5]. 하지만 수많은 공밀레 끝에  「루팅을 하지 않고 플레이스토어 깔기」가 가능해졌고, Google Play Service를 필요로 하는 앱들도 어떻게어떻게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VPN입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PPTP나 OpenVPN 형식의 VPN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건 굉장히 의아한 부분인데, 기업용 타겟으로 나온 기계가 VPN 지원이 취약하다는 건 좀…. 그래요. 기업용으로 사용할 땐 유료 BES 구축해서 쓰라는 거겠죠 뭐.
여튼, BES나 시스코 VPN(비쌈)을 쓸 수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사용 가능한 건 IKEv2(IPSec) 정도가 있습니다.
홈 서버 등을 운영해서 VPN 서버를 직접 구축해서 사용하는 분에겐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가정의 공유기에서 제공하는 VPN서버 기능 정도를 사용하는 일반인 사용자에게는 꽤 타격이 될 듯 합니다. 보통 공유기 단에서 IPSec VPN 서버를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요. 


화면은 삼성제 펜타일 S-AMOLED입니다. 대충 품질은 갤투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으로... 별로에요. 해상도는 3.1인치에 720*720이기 때문에 이론상 ppi는 약 330ppi로 레티나급이지만, 펜타일이기 때문에 체감상으론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AMOLED는 분명 자체발광하기 때문에 시야각 제한이 없는 거 아니였나 싶지만, Q10의 AMOLED는 신묘하게도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감이 변합니다.
이처럼 안 그래도 화면도 작은 기계에, 달려 있는 AMOLED도 영 좋지 못하기 때문에, 컨텐츠 시청을 즐기는 분이라면 적극 비추천합니다. 


스냅드래곤 S4 plus, MSM8960입니다. 28nm 공정 1.5Ghz 듀얼코어인 이놈은, LTE와 3G/2G를 모두 지원하는 모뎀을 AP에 통합, 천하화룡지계(天下火龍之計)를 열어젖힌 일등공신입니다. 옵티머스 LTE2나 갤럭시S3(북미)는 물론, 테이크 LTE, 베가레이서2, 카시오 G’zOne 등 온갖 곳에 다 쓰이며 TSMC의 공정 수율을 압박했죠. 그야말로 퀄컴의 황금기를 대변하고 있는 물건이랍니다.

마침 경쟁사였던 TI가 오맵을 지옥으로 성불시키고, 엔비디아의 테그라는 테구라로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삼성 엑시노스는 갤럭시 납품 수율 맞추기에 급급했던 시점이기도 했던지라 말이죠.

물론 저건 4년 전 얘기고, 지금은 낡고 느린 퇴물일 뿐이죠.
느-립니다.
느-려요.

벤치마크 몇 장을 첨부합니다.



블랙베리 OS 10은 기존 블랙베리 9000대에 사용되었던 OS7과는 완전히 다른 OS입니다. 애플 매킨토시가 System 9에서 Mac OS X로 넘어왔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Java ME를 기반으로 앱을 작성했던 OS7에서, C++/Qt로 앱을 작성하는 OS10으로의 시프트가 이루어지면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OS7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OS10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애플리케이션 베이스를 몽땅 잃어버린 겁니다.
물론 블랙베리 OS 7을 고수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낡았거든요. RAM은 줄줄 새고 기능 추가와 버그 땜빵, 보안 패치도 한계가 보였습니다. 이건 비단 블랙베리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그냥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 개발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는 운명 같은 거죠. 윈도 모바일이 그랬고, 노키아 심비안이 그랬으며, 애플 MacOS Classic도 그랬습니다.

문제는 기존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그대로 갖다 버렸다는 겁니다.

노키아는 심비안에서 MeeGo로 운영체제 이동 계획을 세우면서, 심비안 OS의 앱 개발 환경을 기존의 Symbian C++에서 C++/Qt로 바꾸기를 권장했습니다. Qt로 작성한 심비안 앱은 간단한 컴파일 과정만 거쳐 MeeGo 폰에서도 실행할 수 있게 말이죠. 심비안에서 가지고 있던 나름대로 풍부한 앱 생태계를 그대로 새 운영체제에 이식하겠다는 포부였습니다. [각주:6]

레거시는 가차없이 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조차도, Mac OS X로의 시프트 과정에서는 근 10년 넘게 OS9의 Carbon 라이브러리를 지원했습니다.

블랙베리요? Meh...

요즘 같은 때에는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빌드가 유출됩니다. 유출된 OS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인터페이스 변화? 새로운 API나 기능 추가? 버그나 사용성의 개선?
그건 안드로이드 호환 레이어 성능 개선입니다... 당연하죠, 네이티브 앱이 없으니까요.

블랙베리OS 10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베리 허브로의 알림 통합, 뛰어난 PIMS와 작은 화면에 편리한 터치 제스처 기반 인터페이스, 빠릿빠릿한 C++ 네이티브코드, 엔터프라이즈 기능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이, OS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구현할 수 있었던 걸까요. 차라리 아마존처럼 커스텀 안드로이드를 썼으면 모든 걸 만족시킬 수 있진 않았을까요. 이왕 인수한 QNX를 잘 써야 한다는 모종의 압력이 있었던 걸까요.

뭐,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거야 아무래도 좋지만요.

진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악질 서드파티들의 이른바 "네이티브 삥뜯기"입니다.
네이티브라는 명목 하에 여타 플랫폼의 동일 부류 앱 대비 기능은 반토막이면서 몇 배씩 더 비싸게 팔아먹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돈 내고 잘 작동하는 앱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다행인 게, 사기성 앱이나 웹뷰뿐인 앱도 상당하니까요. 이 정도면 도대체 왜 사전 검수를 거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안드로이드 런타임의 성능이 하루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서, 지금에 와서는 네이티브 앱과 안드로이드 포팅 앱의 차이점이 미묘한 수준의 퍼포먼스 차이와 알림의 블랙베리 허브 통합 빼고는 내세울 게 없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을 쓰세요.


NFC는 SE[각주:7]의 설정을 SIM 카드로 잡을 수 있어서, 선불 교통카드로 사용이 가능합니다![각주:8] 이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이게 가능한 외산폰은 별로 없습니다. 일부 (故)노키아모바일 루미아 라인, 구형 소니 엑스페리아 Z 라인 정도? 물론 모바일티머니 앱은 사용할 수 없지만, 적당히 근처 편의점 등지에서 충전 후 사용하면 됩니다.


키보드는 찰집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타자가 빨라진다는 점보다는, 화면을 보지 않고 타자를 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하는 물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타건 속도 자체는 온스크린 키보드로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나랏글 터치스크린 키보드로도 2~300타 정도는 나왔고요.
기본적으로 키보드가 4열이기 때문에, 세벌식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입력기도 구현되어 있지 않고요.

꼼수를 쓰면 외부 IME를 안드로이드 앱에서 사용할 수는 있는 것 같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일본어 IME 성능이 구립니다. 더 이상 일본에서 사업을 안 하니까 그런 걸까요. 기본적인 입력 정도는 잘 되긴 합니다.

장점
- 찰진 자판
- 나쁘지 않은 저가베리

단점
- 저품질 AMOLED
- 펜타일 AMOLED
- 미묘한 앱생태계
- 미묘한 성능

총평
6.8/10
주문하신 것은 고3폰입니까?


  1. 클래식이나 패스포트같은 예외도 있긴 합니다 [본문으로]
  2. BBOS 10.3.1.1949 기준 [본문으로]
  3. 예: VPN API를 이용한 OpenVPN Connect [본문으로]
  4. 앱 개발 시 Android Manifest에 android.intent.category.LAUNCHER를 선언하지 않았다던가. 뭐 액티비티 바로 가기 기능이 있는 런처를 깔아서 쓰려고 한다면 불가능할 것까진 없겠지만요... [본문으로]
  5. 커널이 다릅니다. 얘는 QNX [본문으로]
  6. 뭐,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진 않았고, 노키아는 “심비안은 불타는 플랫폼”설을 내세우며 윈도우폰으로 전향한 스테판 엘롭 체제와 함께 하얗게 불탔습니다. [본문으로]
  7. Secure Element [본문으로]
  8. NFC 교통 USIM 필요. [본문으로]
반응형